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작가 : 임솔아

0123456789
개의 해석이 있습니다
← 작품 소개 보기

보라는 여전히 의아할 것이다.

  • #임솔아
  • #한국소설
  • #타투이스트
  • #인물분석
이형주2026. 6. 6.
0123456789
0123456789

스포 주의

보라.
그녀는 서른 두살에 타투이스트가 된다.

소설에서 보라를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보라가 보였던 것 같다.
아마 그녀의 성격이 선명하게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문학을 읽다보면, 꼭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가 등장한다.
같지 않아도 비슷한 속성을 가진 소재들이 등장한다.
글을 쓰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결코 무엇 하나를 허투루 창작하지 않는다.
그것이 왜 나왔나를 찾아가는 재미가 문학과 창작물에는 있다.

보라의 이야기를 다 읽고 든 생각은 의구심이였다.

...보라는 도안을 몸에 새기고 싶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보라는 여전히 의아할 것이다.

보라는 분명 타투이스트이다... 그런 관점에서 위 문장, 소설 3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문장은 정말 이상하다.
이 문장은 단순히 무언가에 힘들어서 체념과 분노에서 나오는 의구심이 아니다.
예를 들어 "왜 일해야 하지"나 "왜 공부해야 하지"같은 생각들은 "의아"보다는 분노에 가깝다.
그러나 보라의 마지막은 분노보다는 완전한 호기심, 혹은 이해가 안된다는 부분에 가깝다.

그러니까 학원 원장이 원생들을 보고 왜 공부하러 오지? 라던가,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가 왜 공연을 보러 오는거지? 같은 소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매 도안마다.

그녀는 왜 의구심이 들었을까? 우리는 그녀가 가지게 된 직업에 대해서 떠올릴 필요가 있다.
타투이스트. 현재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너 2027년부터는 정식으로 합법적으로 할수 있는 직업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법이였고, 뭔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보라와 정말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단순 그런 사회적 시선과 동떨어진, 혹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는 직업이라면 타투이스트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다른 직업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보라의 직업이 타투이스트인 것이 이 3장이 구조적으로, 문학적으로 너무나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라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반복적으로 무언가가 "남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보라의 두 손은 그 곡을 영원히 잊지 못할 터였다.
...칼라에 누런 목 때가 껴있는 남자를...
몸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있는 기억들이 점점 커져갔다.
보라는 그 아르바이트생들이 물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그 사이로 스며들었다.
니코틴 때문에 누렇게 변해버린 손톱을 가리기 위해 요원들 모두 매니큐어를 발랐다.
초콜릿이 묻은 바지를 티슈로 닦아내며...손끝으로 여러번 비벼보았지만 희미하게 얼룩이 남았다.

화롯불이라는 노래가 그녀의 손에 남았고,
아버지에 칼라에는 누런 때가 남았고,
그녀에게는 과거의 기억들이 남았고,
아르바이트생들의 실수들은 축축한 물이 되어 남았고,
담배회사에서 일하며 니코틴이 노랗게 남았고,
정수의 사과의 초콜릿은 옷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되어 남았다.

무언가 남는 것은 대부분 타인의 것이였다.
그렇게 무언가가 보라에게 남을 때 마다, 보라는 그것을 덮던가 지우던가 한다.
즉 보라에게는, 보라에 인생에서는 타인의 무언가가 남는 것은 대부분 고통이였다.
남는 것은 다시 말해 새겨짐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다시 첫번째 문장으로 돌아가보자.

...보라는 도안을 몸에 새기고 싶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보라는 여전히 의아할 것이다.

이제야 이 문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보라에게 있어 "남의 무언가가 새겨짐"은 감추거나 지우고 싶은 것이다.
그런 보라가 지금은 타투이스트가 되어 남에게 무언가를 새기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다.
보라에게 그런 손님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타인의 흔적을 지우고 지워버리고 싶을텐데, 손님들은 돈을 주고 새기로 오는 것이니 말이다.

해석 목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