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매력은 추리의 과정이 병렬적이라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전에 쓴 안녕, 요정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요네자와의 소설에서 언제나 추리의 성공이 달콤한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추리에 실패한다.(???)
사실 추리에 실패할 것이라는 건 소시민 시리즈를 읽어온 독자라면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작품 중간중간에 그러한 암시가 있기도 했다.
이번 추리 과정은 고바토가 거만한 탐정에서 소시민을 꿈꾸는 계기, 그 전말을 밝히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충격을 받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안녕, 요정/쿠드랴프카의 차례/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 지금 기억나는건 이 3가지의 작품인데, 이것이 내가 충격을 받은 부분인 액자식 추리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액자식 추리 구조는 내가 이름 붙인 구조이다. 이 단어가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아 단어를 만들어 보았다.
액자식 구조(구성)란, 액자가 그림을 감싸듯 외부 이야기가 내부 이야기를 감싸는 형식을 의미한다.
액자식 추리 구조는, 이와 비슷하게 큰 추리 속에 작은 추리가 있는 이야기를 말한다.
이 소설에서 고바토는 (타인의 의지로 병실에서...) 안락의자 탐정 비슷하게 등장한다.
단지 고바토는 회상을 할 뿐이지만, 형식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독자들은 느끼게 된다.
아무튼, 이 회상 속의 추리가 액자 속 그림이고, 병원에서의 추리가 액자 틀에 해당하는 외부 이야기이다.
이러한 구조는 위에서 말했듯 안녕, 요정/쿠드랴프카의 차례/그리고 이 책에서 드러난다.
안녕, 요정에서는 마야를 찾아야 한다는 큰 액자틀과, 과거 회상에서의 작은 추리들이 액자식 추리 구조를 이루고
쿠드랴프카의 차례에서는 주몬지는 누구일까 라는 큰 액자틀과, 간야제 진행중의 작은 추리들과 사건들이 액자식 추리구조를 이룬다.
또 굳이 추리가 액자 속 그림이 아니라, 지나가다 싶이 말한, 적힌 대사나 상황이 액자 속 그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위 작품의 묘미는 마치 롤러코스터 처럼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게 연결되며 추리가 뚝하고 완성되는 부분이다.
요네자와는 소재들을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툭툭 던지는데, 알고 보니까 그 사소한 물건 혹은 행동이 추리의 핵심인 경우가 있다.
그러한 기법을 정말 잘 쓰는 작가인 것 같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체호프의 총" 처럼, 이 작가가 뭔가 한번 꺼냈으면 그걸 안 써먹는 일이 없다.
총을 꺼냈으면, 실제로 한 발은 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다음부터는 요네자와의 책을 더 주의깊게 보게 되는 것 같다.
다만 이 책에서 또 두드러지는 점은, 적어도 위 두 책에서는 내가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사실이라도 알았지, 이 책에서는 내가 롤러코스터를 타고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난 추리가 진행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처음에 고바토는, 단지 과거의 일을 떠올릴 뿐이다.
독자도 위화감을 느끼지 조차 않는다. 굳이 느껴봤자 오사나이랑 만나서 대화 안 한다는 점...
미스터리를 주지도 않았다가, 사실 너 롤코에 타고 있었고, 이제 내려갈거야~
이렇게 "시선을 돌리기" 기법을 잘 쓰는, 그러니까 당하는 사람은 자기가 시선을 돌렸는지도 모르는, 그런 작품은 여러모로 충격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