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인 감상으로 운을 떼자면, 매우 재밌게 보았다. 인물들의 갈등에 집중하여 이것이 어떻게 풀려나가는지가 매우 흥미진진했고, 춤이라는 움직임을 멈춘 웹툰에서 구현된 연출에 놀라움이 느껴졌다. 말그대로 정석적인 스토리 라인과 생생한 캐릭터(나중에 최애 글이나 적을까?), 거기다 눈을 끄는 춤이라는 소재까지.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 웹툰을 정주행하고, 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웹툰은 "현실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른다는 것이다.
클리셰는 많은 글에서 등장해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치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흔한 용사가 마왕 잡으러 가는 스토리, 그런 것들이다. 이 클리셰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작가들은 재미를 위해 비현실적인 일을 가져와 이야기를 만들고, 거기서 반복된 구조가 클리셰가 되기에, 자연스레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클리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전개는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다. 처음 나온 대회에서 갑자기 춤을 잘 추지도 않고, 갑자기 급성장을 이루지도 않는다. 등장하는 다양한 재능들은 이미 뼈아픈 노력을 갈아 넣어 얻은 능력이다. 스토리의 목표인 절대악도 없고, 절대선도 없다. 그저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이 작품의 주된 주제이다. 조금 예시를 들자면, 최수현이 처음으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가 있다. 최수현은 그때부터 바로 음악을 듣고, 그를 춤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음악 때는 또 음악을 듣지 않고 춤을 춘다. 이 점은 이후 경연 프로그램에서 연습하며 차차 나아지게 되고, 이후엔 자신의 스토리를 음악에 녹여 표현하는 데 성공한다. 즉, 현실적인 성장을 이룬다.
또다른 예시는 성혜은과 아이돌 팀과 갈등하기 시작한 이유이다. (조금 이야기를 보태자면, 같이 연습생 생활을 한 사이로, 원래 사이가 좋았다.) 여러 우연이 겹쳐 생긴 갈등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행동은 매우 자연스럽다. '나도 저 상황에서는 저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인물들은 작위적으로 '너 엿 되봐라'라고 하기보다는, 좋은 사이였을 때를 생각해 '내가 실수했네'라고 생각하고, 먼저 다가가 화해한다. (이 부분은 꼭 웹툰으로 봐라. 필력이 부족해 묘사가 엉망이다.) 이런 일은 친구끼리 싸우면 흔히 생길 수 있는 구도이다. 좋았던 사이를 떠올려, 먼저 장난치면서 화해 요청하는, 자주 일어나는 상황 말이다.
이렇듯 이 작품은 비현실적인 전개보다는, 현실에서 클리셰처럼 반복되는 전개를 많이 차용한다. 쉽게 지칠 수도 있는 비현실적 클리셰와 달리, 이 현실의 클리셰들은 담백한 쌀밥처럼 질리지 않고 춤과 성장이라는 특별한 찬들에 어울려 독자가 작품을 끝까지 붙들고 보게 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거기다가 독자가 자신도 겪을 수 있는 일을 인물들도 겪게 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작품에 몰입하는데 도와준다. 이 효과 덕분에, 나는 이 작품을 정주행하면서 70화 이상 되는 내용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현실의 클리셰가 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서 기능한다고 생각했다. 밴드로 따지자면 기반 드럼 같은 인물과 톡톡 튀는 기타인 서사 사이를 매개하는 베이스의 역할이다. 이 베이스가 든든하게 둘을 받쳐준 덕분에, 몰입력 있고 질리지 않는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다.
인물과 서사도 매우 좋았지만, 만약에 이런 전개가 없었다면 이 작품을 이 만큼 좋아하며 읽었을까? 최근 도파민을 터뜨리기 위해 개연성을 포기하는 웹툰들과 달리, 스쿨 오브 스트릿은 현실의 클리셰를 가져옴으로써 춤과 성장이라는 도파민을 챙기고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개연성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이것들은 다른 작가가 쉽사리 흉내낼 수 없을 강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년 즈음에 2부가 나온다고 하는데, 그때도 이 강점을 유지해 독특한 매력을 가진 웹툰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