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하면 떠오르는, 아니 독서하면 떠오르는 명언입니다. 이 기담 모음집은 이 구절을 증명해주는 사례 모음집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저자는 책과 사람의 운명을 강조합니다. 사람과 책이 만나려면, 그에 맞는 우연들이 겹친다는 의미에요. 때로는 친구에게 소개받고, 때로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려 읽어보고, 때로는 가족에게 상속 받기도 하고, 때론 진짜 갑자기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사람과 만나는 책들은 사람에게 영향을, '사람을 만드는' 영향을 주게 됩니다. 가슴 깊이 후회를 남기던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게 해준다던가, 불우한 유년 시절이나 청년 시절을 장식해주기도 하죠.
책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지만, 여기선 40년 만에 한 책을 다 읽은 할아버지 얘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선을 보게 된 여자가 너무 예뻐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소설 한 권을 추천 받아 읽은 척을 한 뒤, 선에 나갔죠. 마침 그 여자분은 그 소설을 쓴 소설가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영향을 크게 끼치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그분과 결혼하고, 백년해로하게 되었습니다.
시점은 할아버지가 헌책방을 찾는 때로 돌아옵니다. 할아버지가 찾아온 이유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와 깊었던 그 책을 완독하려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40년만에 할머니와 인연을 맺게 해 준 책을 다 읽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추천 받은 책에서 인생의 배우자를 찾고 그 배우자와의 기억까지 새기는 모습은, 책이 지식 전달을 넘어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입니다. 또한 우연이 겹쳐 책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는 책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책이란 건 그냥 물건이 아닌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일종의 친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책에게 사소한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시를 읽고 가치관을 다지거나, 여행 소설을 읽고 튀르키예 여행 계획을 짜본다던가, 때로는 철학적인 소설/에세이를 읽고 세상을 고민하기도 하죠. 이렇게 보면 저도 나만의 책연을 맺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 기담집처럼 책연이 많지도 거창하지도 않지만, 저에게 이런 책연은 대부분 감정을 다스리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요즈음 가을 바람이 선선히 불어올 때면 이런 책연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도 책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아주 사소한 책연이라도, 그것은 일상 속 감정의 쉼터가 되어줄 것입니다.